피곤에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 카메라를 들고 껄렁껄렁 걸었다. 집에 도착하기 3분 전 쯤, 길에서 우연히 옆을 스친 할아버지. 휘청휘청. 등산복. 뭔가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아아, 머리에 피가 묻어있고, 피가 줄줄 나오고 있었다. 놀래서 다가가서 "앗, 할아버지 머리 다치셨어요..!"해도 별 반응 없고... 아아, 넘어지셨나... 차마 못 지나치고 발 동동 구르다가 119연락. 핸드폰으로. 헉. 이런 일이 있을 줄야. 급박한 목소리로 상황, 위치 설명.... 할아버지는 길가에 주저앉으심. 아아, 괜찮으신가. 말씀도 잘 못 하시고...... 구급차 오는 시간이 무지 길게 느껴짐. 학교에서 배운대로 히스토리 테이킹을 해보려 했지만 내 말은 허공에 부딪혀 흩어졌다. 분위기를 바꿔서 날씨 얘기를 해봐도 묵묵부답. 이대로 쉬고 계세요, 하니 일어나려하다가도 잠자코 앉아계셨다.
드디어 저 멀리서 구급차가 나타났다. 경찰차와 함께. 경찰관의 노련함. 바로 성함 여쭙고, 등산 조끼에서 약병 찾아냄. 심장병약임을 알아내고, 얘기 하려다가 의사소통이 잘 안 되자 지갑에서 신분증, 연락처 찾아서 보호자 연락. 기다려서 구급차로 함께 병원 호송. 우리나라, 좋은 나라이구나. 나 잘 한 거지? 머리 출혈. 당장은 위중해보이지 않았지만, 속에 출혈이 있으면 ICP가 높아져서 급사할 수도 있는걸. 어쩌다 피흘린 채로 돌아다니게 되셨을까. 왜 바로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멍하니 걷고 계셨을까.. 지금껏 잘 살아오셨을 텐데. 한 때 건강했고, 사랑도 하고, 아파하고 눈물짓고 추억 가득한 인생이 있었을 텐데. 내 옆을 스친 공허하고 맥 없는 모습에 가슴이 아려왔다. 부디, 그 할아버지는 잘 치료되고 얼른 나으실 수 있길....
119. 최근에 본 만화책 '고 히로미 고!'가 떠오른다. 엽기발랄한 여주인공은 구급차를 부르고 싶어해서, 위기 상황이 오면, 은연 중에 신나한다. 시골에서 도쿄로 상경한지 1년만에 경찰차, 앰뷸런스, 소방차의 삼종 구급차를 모두 섭렵한다... 히로미의 기분도 살짝 느꼈다. 걱정스런 마음 한가득, 그리고 한 켠에는 큰 일을 했다는 떨림도 함께 했다.
오늘도 긴 수업. 피곤. 신경과는 재밌구나. 어렵고 기억도 안 나지만. 집에 와서 공부 많이 하고팠으나 피로에 쩔어서 어쩌지를 못 하고 있어. 병원 실습 가선 방치. 아아, 수분크림은 부드러워. 피곤해서 더 이상 글을 논리적으로 못 쓰겠어. 얼른, 내일 가방 챙기고, 기타 좀 치다가 오늘 것 가볍게 복습하고, 동생이 새로 빌려온 바텐더 신권(10권) 보다가 자야지. 으아, 몸이 찌뿌등해~